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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마와 루이스, 미국 서부를 달리는 두 여자

by 김혀닝 2022. 6. 13.

델마와 루이스, 1991

단짝 빌런의 대명사, 델마와 루이스

"델마와 루이스"는 종종 다른 작품에서 여성 콤비 또는 빌런의 뉘앙스로 인용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어쩐지 mbti가 INFP 타입일 것같은 델마는 제 단짝친구, 현실적인 ESTJ 스타일의 루이스는 저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델마와 루이스가 제작된 90년대 미국에서는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었고, 남성중심의 영화계에서 여성 배우 두 명이 성장하는 스토리를 가진 영화가 굉장히 드물었다고 하네요!

 

거칠고 가부장적인 남편을 둔 델마, 남편의 출근길을 챙겨주지만 남편은 델마에게 성질을 낼 뿐입니다. 그런 델마와 여행을 떠나기 위해 집 앞으로 데리러 온 단짝 루이스, 차에 올라타 선글라스를 낀 그녀들. 델마는 남편에게 말하지 않고 나왔다고 하고, 루이스는 신나합니다. 그녀들은 저녁식사 후 클럽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델마와 함께 춤을 추던 남자는, 그녀를 따로 주차장으로 불러 그녀를 함부로 범하려 합니다. 루이스는 델마가 사라진 것을 눈치채고, 델마의 총을 챙겨 남자를 저지합니다. 하지만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남자. 성적인 욕설을 날리는 남자에게 결국 루이스는 총을 쏴 버립니다. 이후 패닉이 된 그녀들, 델마는 경찰에 자수해야 한다고 하지만 루이스는 성폭행이 인정되지 않을 거라며 도망치는 쪽을 택합니다. 

 

이후 혼자서 모든 계획을 다 세운 루이스, 멕시코를 통해 국경을 넘어가겠다고 합니다. 델마는 갈등하다가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보는데, 여전히 가부장적인데다 화를 낼 뿐인 남편. 결국 델마는 남편과 헤어지기로 결심하고 루이스와 함께 합니다. 이후로는 서부를 계속 달리는 장면입니다. 두 사람의 차가 너무 예뻤어요! 루이스는 생활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남자친구 지미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지미는 오직 루이스를 걱정하며 돈을 챙겨오고, 지시사항을 그대로 이행합니다. 성격이 다른 두 친구는 만나는 남자마저 딴판이였네요. 그리고 그 돈은 델마가 맡기로 합니다. 그런데, 중간에 잠시 동행하게 된 남자와 결국 뜨거운 하룻밤을 보내는 델마. 남자는 사실 강도였고 델마는 그가 어떻게 돈을 털었는지 듣게 됩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레스토랑에서 루이스에게 뜨거운 밤을 자랑하는 델마. 루이스는 문득 그녀의 방에 남자와 돈이 함께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욕설을 내뱉습니다. 사라진 남자와 돈... 처음으로 루이스가 무너집니다. 그리고 이 때를 기점으로 연약하고, 기대고, 우유부단한 델마는 완전히 바뀌게 됩니다.

 

강도부터 폭발까지 완전히 자유로운 그녀들

그녀들은 경찰을 잘 피해다닙니다. 통화로 위치 추적이 되지 않도록 아주 짧은 시간동안만 통화를 하거나, 행선지가 밝혀지지 않도록 조심합니다. 심지어 검문하려는 경찰은 트렁크에 가둬두기도 합니다. 돈이 떨어져 걱정하는 루이스를 보고, 델마는 남자에게 배운대로 편의점을 멋지게(!) 털어냅니다. 예의 바르게 총을 들이대고 가방에 돈을 담아달라고 요청하죠. 델마는 거침 없어지고, 제대로 악당같은 모습으로 변합니다. 수사반장은 그녀들이 거리낌 없이 점점 더 큰 범죄를 저지르는 것에 대해 사회적 책임감을 느끼는 듯 합니다. 델마와 하룻밤을 보낸 남자를 수사할 때에는 그가 돈을 훔쳤기 때문에 그녀들이 강도짓까지 하게 되었다며 강하게 비난하죠. 계속해서 달리는 그녀들은 이제 완전히 자유로워 졌습니다. 그녀들은 멕시코를 향해 계속 달립니다. 가끔 오픈카에 탄 그녀들을 희롱하는 트럭 운전사. 결국 서부 벌판에 차를 세우고 차분하게 불쾌감을 표현해보지만 운전사를 전혀 말이 통하지 않고 계속 성희롱을 할 뿐입니다. 델마와 루이스는 총을 겨눠 결국 트럭을 폭파시켜 버립니다. 시원하게 터지는 트럭과 욕설을 내뱉는 운전기사, 영화의 하이라이트 중 한 장면이 아닐까 합니다.

 

결국 목적지를 들켜 수십 대의 경찰차에 둘러싸인 델마와 루이스, 앞에는 낭떠러지가 펼쳐져 있습니다. 시동을 끄고 손을 올리라고 반복하는 경찰. 그리고 마지막 순간, 델마는 말합니다. "좋아 잘 들어. 우리 잡히지 말자. 계속 가는거야. 가자!" 두 사람은 미소를 지으며 한 번 키스를 나누고 그대로 절벽을 향해 엑셀을 밟습니다. 

 

총평

성폭행과 성희롱은 범죄가 아니고, 그에 대한 대항은 범죄가 되어 버리는 세상. 델마와 루이스가 자유로워지는 모습이 감동적이면서 마지막 엔딩까지 완벽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초반에는 현실감각보다는 욕망에 충실하게 행동하던 델마가 후반으로 갈수록 성장하는 모습도 좋았습니다. 단짝친구와 함께 다시 보고 싶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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